프로 골퍼들 룰 위반은 자업자득?

등록일 : 2005-10-19

등록자 : njoygolf

베테랑 박세리ㆍ펄신등 스코어오기로 실격경험

골프에서 룰을 어기면 이는 곧 ‘죽음(실격)’이다. 골프는 심판이 없는 듯 하지
만 실제로는 골프 만큼 감시자가 많은 경기도 없다. 경기위원, 마커(동반 경기자
중 1명) 뿐 아니라 갤러리, 취재 기자 심지어 시청자도 플레이어를 감시하고 있
다. 플레이어 본인 아닌 모든 사람이 감시자다. 룰 위반을 하늘이 알고 땅이 알
고, 스스로의 양심이 안다면 발각되고 만다. 스포츠에서는 드물게 골프는 비디오
판독까지 동원된다.

▶황당 실격? no. 자업자득=골프에서 룰의 원리는 ‘유리한 선택 금지’로 축약된
다. ‘억만 장자 골퍼’ 위성미(나이키골프)는 프로 데뷔전에서 적정위치보다 30
㎝ 가량 유리한 곳에 볼을 드롭해 ‘오소(吳所) 플레이’로 실격당했다. 골프에서
심심찮게 발생하는 실격은 스코어 카드 오기. 오기는 잘못 기록한다는 뜻이지만 여
기서 잘못은 실제 스코어보다 적게 써 냈을 때다. 더 불리하게 써 내면 규정 위반
이 아니다. 골프규정 6조 6항은 경기자가 스코어 카드에 서명하지 않거나 자신의
실제 스코어보다 ‘낮게’ 기록하여 제출한 경우 실격을 지시하고 있다. 박세리
(CJ), 펄 신은 2000년과 2001년 LPGA 투어 오피스디포대회에서 잇따라 이 규정을
어겨 실격됐다. 박세리는 스코어 카드에 서명하지 않았고, 펄 신은 파 4홀에서 보
기를 파로 적어 실격을 면치 못했다. 한희원(휠라코리아)은 2001년 LPGA 투어 웨그
먼스로체스터 인터내셔널에서 동반자가 잘못 기재한 스코어 카드를 제대로 확인하
지 않고 제출했다가 실격처리됐다. 베테랑 고우순(혼마)조차도 2003년 파라다이스
레이디스인비테이셔널에서 동반자가 작성한 스코어 카드에서 1개홀 성적이 잘못 기
록된 것을 발견하지 못해 중도에 골프백을 챙겨야 했다.

캐리 웹(호주)은 1996년 관악(현 리베라)골프장에서 열린 KLPGA 미도파오픈 대회
첫날 스코어 카드에 서명을 하지 않고 제출했다가 실격됐다. 당시 주최측은 초청료
를 지불하고 초청한 선수인 만큼 계속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경기위원에
게 읍소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타산지석, 내년부턴 숨통=전문가들은 위성미의 실격이 아쉽기는 하지만 도리어
‘보약’이 됐다고 보고 있다.

유응렬 MBC ESPN해설위원은 “어린 나이에 아주 큰 것을 배웠을 것”이라며 “앞으
로 남은 수많은 대회에서 다시는 실수를 범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평했다. 유 위
원은 또 이번 사안이 골프에서 룰 위반은 절대로 용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세계
골퍼들에게 가르쳐 준 모범 교과서가 됐다고 덧붙였다.

위성미의 실격과 관련, 동반 경기자였던 박지은(나이키골프)이 하마터면 누명을
쓸 뻔 했지만 현장 취재기자인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마이클 뱀버거가 경기위
원에게 제보를 한 것으로 밝혀지고 녹화방송 중계 테이프까지 동원, 판정이 내려
졌다.

원형중 교수(이화여대)는 “외국에서는 고발정신이 투철해 선수 뿐만 아니라 시청
자들도 제보를 많이 한다”며 “그렉 스테덜러(미국) 는 PGA대회에서 나무 밑에 놓
인 볼을 무릎에 수건을 깔고 쳐 냈다가 ‘라이 개선’이라는 시청자 제보로 실격됐
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잔인함’이 다소 해소될 전망이다.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는 내년 1월1일부터 스코어 카드 기재 원칙을 지키지 않았을 경
우에도 이를 시간제한 없이 바로 잡을 수 있도록 한 새 골프규칙 개정안을 적용하
기로 했기 때문이다.

2005년 10월 19일 미디어다음 스포츠기사 중 퍼옴 박준환 기자(pjh@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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