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골프장의 회원권 시세가 지난 연말에 비해 크게 오르자 `거품이다, 아니
다' 하는 논란이 일고 있다.
회원권 값은 지난 연말부터 급등하기 시작, 전국 대부분의 골프장이 연말에 비
해 20~40% 가량 올랐으며 50% 이상 오른 곳도 있다.(별표 참조)
이런 가운데 일부에서 “현재 시세에 거품이 상당히 있다”며 '거품론'을 제기
하고 나섰으며 또 이에 대해 반박하는 전문가들도 많아 골프회원권 거품 여부
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골프회원권 왜 오르나=골프회원권 값이 오르고 있는 이유는 ▲시중자금이 풍
부하고 ▲경기회복 기대감이 크며 ▲회원권 구입의 필요성이 증대됐기 때문 등
으로 요약된다.
저금리시대에 갈 곳이 마땅찮은 뭉칫돈이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몰린데 이어
회원권 시장으로도 유입됐다는 분석이다. 다시 말해 고액자산가들의 재테크 자
금이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지고 월드컵 개최, 대선 등과 맞물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점도 회원권 값의 상승요인이다. IMF위기를 극복하고 이제는
한숨 돌린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영업용 등을 이유로 회원권 구입에 나선 기업수
요가 늘어났다.
해가 갈수록 치열해지는 부킹난도 시세 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가을시즌, 전쟁을 방불케했던 부킹난을 겪으면서 많은 골퍼들이 회
원권구입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이로 인해 실수요자들이 구입에 나서고 있
다는 분석이다.
◆1억 회원권이 무용지물이라면?=그러나 `거품론'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은 “현
재의 회원권시세가 `머니게임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거품이 제거되면 회
원권시세가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거품론 제기자들은 우선 저금리시대에 갈 곳이 마땅찮은 뭉칫돈이 유입된데 대
해 시세차익을 노리고 매수하는 투기자금이 많다고 지적한다.
이들 자금은 금리인상 등 외부적 요인과 회원권시장의 상황변화에 따라 언제든
지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에 시세하락의 잠재적 요인이 되고 있으며 그만큼 현
시세에 거품이 배어져 있다는 것이다.
또 부킹을 위해 많은 골퍼들이 회원권 구입에 나서고 있으나 이는 거꾸로 회원
권 값의 거품을 뺄 계기가 될 공산이 크다고 주장한다. 부킹을 하기 위해 구입
한 회원권이 부킹을 하지 못하는 `무용지물'로 전락할 경우 시세 하락은 불보듯
이 뻔하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1억원을 주고 구입한 회원권이 한달에 한번
주말부킹하기도 힘들다고 할 때 매물출회 러시로 이어지고 결국 거품이 빠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거품론자들은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져 경기회
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 회원권 시세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반론
을 제기한다.
고용이나 부가가치 등에서 우리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수출이 여전히 두자리 수
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데다가 기업투자 역시 감소세는 벗어났지만 아직 본격
적인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탄탄한 회복세를 장담하기에는 좀 더 시일이
소요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마무리되지 못한 구조개혁의 현실과 사치성 내수 위주의 성장으로서는 아
직 경기회복을 논할 때가 아니라고 꼬집고 있다.
최근 국내 경제연구소들은 한국경제가 일본식 장기침체로 연결되거나 경제불안
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들 보고서에 의하면
현재 우리나라 경제는 80년대 후반 일본 버블의 초기 단계와 여러 면에서 유사
점이 형성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지난해 일본 골프장업계는 바닥까지 추락한 경기가 회복될 줄 모르면서 50곳이
파산하는 등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골프는 최우선적으로 비용을 줄여야 할 항
목이 됐다.
2~3년전만 해도 일본은 “골프에 미쳤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골프붐
이 일었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물가가 치솟는데도 불구하고 골프에 대한
열기는 식을 줄 몰라 골프회원권 가격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갔다.
그러나 지금은 거품이 빠지면서 회원권 가격도 급락하고 골프장마다 제때 돌려
주지 못한 입회금 반환소송에 시달리고 있으며 결국은 도산의 길을 걷고 있다.
한국도 혹시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주의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
이다.
◆시세는 가치에 따라 결정=“현재 시세에 상당한 거품이 끼어 있다”는 거품론
자들의 주장에 대해 회원권 시장 전체적으로는 일축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회원
권 수요와 공급의 시장논리로 접근하면 올바른 해답이 나온다는게 앞으로 회원
권 값 상승에 무게를 두는 이들의 주장이다.
골프인구 증가에 비해 골프장 시설은 앞으로도 모자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공
급이 한정적이라는 점에서 회원권의 가치는 지금보다 더욱 높아진다고 봐야 한
다는 것이다. 특히 골프대중화를 위해 회원제 골프장보다는 퍼블릭코스가 더 늘
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결국 회원제 골프장에 대한 과수요 현상이 심해
질 수 밖에 없으며 회원권 값 또한 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회원중심 운영의 골프장과 그렇지못한 골프장의 차별화가 예상된다는게 일
반적인 전망이다. 골프장에 따라 회원권 가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인식해
야 하며 그런만큼 회원권 투자의 선별안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전문가들은 말하
고 있다.
레저신문 |
등록일 : 2002-03-20